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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장로교회 목사와 교인은 장로교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요즘 교회가 아프다. 오래된 상처가 곪아서 터지고 있다.

 

이러한 상처에 대해 누구를 지적하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문제가 왜 생겼을까? 그 근본 원인에 대해 분석해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근본원인은 구성원들의 '장로교회'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이다.

 

우리 교회는 장로교회이다.

사람들이 흔히들 '장로교'라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장로회' 혹은 '장로 교회'가 맞다.

그래서 우리교단의 정식 명칭도 '대한예수교장로회'인 것이다.

 

우리 교회가 장로교회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구성원도 장로교회 목사, 교인다워야 한다.

 

장로교회 목사, 교인다움의 첫 번째는 무엇일까?

장로교회를 장로교회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서로 다른 신앙의 전통 아래에서 성장했을 것이다.

그래서 교인들이 교회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성도는 감리교회에서 자랐을 것이고 어떤 성도는 침례회에서 자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같은 장로교회라 할지라도 교회마다 서로 다른 신앙의 전통이 있기에 각자가 생각하는 교회의 그림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각자의 이해를 가지고 교회를 판단하면 오류가 생긴다.

우리 교회는 70여 년에 이르는 정통적인 장로교회라고 하는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장로교회 목사, 교인다움의 두 번째는 장로교회에 대해 아는 것이다.

 

장로교회란 무엇인가?

흔히들 오해를 한다.

목사보다 장로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이 아니다.

장로교회에서 목사는 설교권과 치리권을 가진 장로다.

 

교단 헌법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제22조 항존직
항존직은 장로, 집사, 권사이며 그 시무는 70세가 되는 해의 연말까지로 한다.
장로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1. 설교와 치리를 겸한 자를 목사라 하고,
2. 치리만 하는 자를 장로라 한다.

 

그렇다면 장로교회란 무엇인가?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신학적인 측면이다.

종교개혁의 전통을 계승하고 특히나 요한 깔뱅(존 칼빈)의 개혁신학전통을 따른다.

개혁교회의 모토는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이다.

교회가 항상 성경의 가치와 멀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멀어진 면이 있다면 언제나 개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하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다.

성도들은 성도들의 의견을 대표할 장로를 세운다.

그리고 설교권이 있는 장로인 목사와 함께 당회로 교회의 큰 의사결정을 한다.

이것을 대의정치(代政治)라고 부른다. (흔히들 말하는 간접민주주의와 비슷하다)

즉, 장로교회의 의사결정 주체는 목사 개인이나 장로 개인이 아니라 당회라고 하는 회의체에 의한 것이다.

(출처: 장로교회의 특징-교리적인 면에서, 김성봉, 『장로교회와 신학』(2004), 77~86))

장로교회의 결정이 회의체인 이유는 요한 깔뱅의 인간론에 근거한다. 

어떤 사람도 통치를 전횡할 만큼 선하지 못하며, 다른 한편 대중은 교회생활에 필히 있어야 할 결정적인 결정을 할 충분한 자질을 못 갖추고 있다. 깔뱅은 일인 지배의 야망과 독재를 두려워하였음은 물론 대중의 변덕스러움과 무질서도 두려워하였다. 어떤 결정이 개인들에 의해서 내려져서도 안 되고 모든 사람들에 의해 내려져서도 안된다. 결정은 특별한 자격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어 선출된 사람들이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럴때 하나님의 뜻이 가장 잘 이루어질 것이다.(사도행전 15:2,6절의 깔뱅 주석) (개혁교회와 신학, 존H.리스, 한국장로교출판사, 192p)

 

참고로, 장로교회와 다른 신학전통이 있다.

예를 들면 감리교회, 성결교회, 순복음교회, 구세군 등은 종교개혁자 존 웨슬리의 전통을 따른다.

교회의 의사결정방식도 성공회와 감리교회는 감독제 1)를 성결교회는 장로회를, 침례회는 회중 정치(직접민주주의와 비슷하다)를 취한다.

최소한 장로교회 목사와 교인이라면 이러한 장로교회의 신학전통과 의사결정방식을 존중하고 따르는것이 마땅할 것이다.

 

장로교회는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제도화되어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미국의 선교사를 통해 복음과 장로교회 제도가 한국에 전달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국의 장로교 신학자가 내린 장로교회의 원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교회의 모든 속성과 특권은 성령의 내주하심으로부터 나온다.

둘째, 성령은 성직자에게만 내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계시기 때문에 모든 능력은 근본적으로(in sensu promo) 그 백성들에게 있다.

셋째, 그 특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 주어진 원리들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넷째, 장로교회 제도의 근본적인 원리들은 누구나 동등한 성직자라는 것이 그 첫째요, 둘째는 교회 통치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신자들이 갖는 권리요, 셋째는 작은 부분은 큰 부분에, 큰 부분은 전체에 종속된다는 의미에서의 교회의 통일성이다.
 
찰스 하지(Charles Hodge), (개혁교회와 신학, 존 H. 리스, 한국장로교출판사, 184p)
첫 번째 원리는 교회의 통일성의 원리이다..... 교회의 통일성이라는 이 원리는 장로교회 조직의 근간을 이룬다.

둘째 원리는 그 통일의 대표자로 구성되는 총회에 의해 실현된다는 점이다. 교회의 통치가 개인들이나 신자들의 다중성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회(councils)에 맡겨지는 것이다.

셋째 원리는 이 총회를 구성하는 살마들은 교인들이 자유롭게 선출한 장로들이다.

넷째 원리는 능력은 원래 그 몸에 있으며, 조직된 회를 통하여 발산된다는 것이다... 당회, 노회, 대회와 총회는 그 살아 있는 능력을 보여 줄 때 교회라 불리어야 하는 것이다.

돈웰(James Henley Thormwell) , (개혁교회와 신학, 존H.리스, 한국장로교출판사, 185p)

 

장로교회주의란 엄격하게 말해서 어떤 기독교회와개신교회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회 통치의 형태이다. 그 주된 특징은 각급 치리 기관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것이요. 그 치리 기관은 안수받은 목사들과 평신도 장로들로 구성되며, 모든 목사는 동등한 신분을 가지고, 모든 장로는 논의와 투표 문제에 있어서 목사와 꼭 같은 권리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헨더슨(G. D. Henderson), (개혁교회와 신학, 존H.리스, 한국장로교출판사, 186p)
1. 성경의 권위 : 장로교회 교회 조직이 갖는 한 가지 불편의 특징은 성경의 권위를 강조해 왔다는 점이다. 
                     장로교회의 원리 역시 성경에서 찾아왔다.

2. 총회총대를 통한 교회의 통일성(unity)
  : 장로교회의 두 번째 원리는 교인들이 선출한 장로들로 구성된 상회(上會) 조직을 통해 교회의 통한 교회의 통일성이다.

3. 목사직의 동등성(parity of the ministry). 
  "이제 교회의 목사들에게 주어진 권한(power) 또는 기능은 모든 면에서 동일하고 등등하다. 초대교회에서는 감독들(bishops)이나 장로들이 뜻을 같이하고 서로 협력하여 교회를 다스렸음이 확실하다. 아무리 스스로를 다른 사람보다 높이려 하는 이가 없었고, 아무도 더 큰 권력을 휘두르거나 동료 감독들 위에 권위를 행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제2 서서 신앙고백, the Second Helvetic Confession))

4. 목사의 청빙과 직원의 선출권을 교인들이 가짐

개혁교회와 신학, 존H.리스, 한국장로교출판사, 187-196p

 

 

한국의 장로교회는 규모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

그리고 미국 장로교회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진일보한 면이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 교수인 서원모 교수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1922년 헌법은 당시 미국 장로교의 헌법에 기초를 두었지만, 목사와 치리 장로의 동등성과 치리 장로의 역할 강화, 여집사 제도와 제직회를 통한 여성 사역의 강조 등 미국 헌법을 넘어서는 진보적인 면을 보여준다. 또한 1922년 헌법
은 서리집사, 제직회, 시찰회 등 한국 교회 고유의 제도를 만들어 정착시켰다" (한국 장로교회 정치 원리와 실제 –1922년 헌법을 중심으로, 서원모, 장신논단 45(2013.3)

물론 장로교회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당회가 '대의(代議)'의 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반문해볼 수가 있다.

젊은 층과 약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로교회는 한두 사람의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훌륭한 교회 정치제도이다.

 

장로교회답게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 물었으면 좋겠다.

정말, 장로교회 목사다운가?

정말, 장로교회 교인다운가?

 

 

 

 


1)

감독 정치는 로마 가톨릭, 성공회, 감리교회가 채택하고 있는 채제로, 교직의 지위와 직무에 있어서 계급상의 차이를 주장하고, 한 명의 감독이 온 교회를 관할하며,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을 강조함으로써 교회의 계급구조를 이룬다. (장로교회의 원리:역사적, 신학적 고찰, 오덕교, 『장로교회와 신학』(2004), 47~76)